문학 개념어

8. 수미상관

국어T 2023. 12. 25. 16:25

H. 수미상관 [=수미상응]

수미상관은 중학교 때 배우는 개념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의 앞과 뒤가 똑같게 구성하는 기법으로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얘기이고, 정확하게는 시의 앞과 뒤를 유사하게 구성하는 기법이 맞다. 평가원은 시의 앞뒤가 완전 똑같지 않은, ‘구조만 비슷해도 수미상관으로 간주한 적이 있다.

애초에 한자어를 따져봤을 때, 이런 뜻을 가진다.

는 머리 수, ‘는 꼬리 미, ‘은 서로 상, ‘은 빗장 관(관계있다의 관 이다.)

, 앞과 뒤가 서로 관계있기만 하면 수미상관이라는 게 그 정의이다.

평가원 문제를 같이 봐야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15.09B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

북한산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나 인수봉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水墨)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래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김종길, 고고(孤高)-

 

Q.(), ()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수미상관의 구조를 통해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O X

 

해설
이 문제의 답은 O. 배운다는 느낌으로, 평가원이 왜 ()() 작품에서 모두 수미상관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는지 알아보자.
() 작품은 1~2행과 11~12행의 구조가 유사한데, 내용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내용이 유사하고, 그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수미상관이 맞다.
한편 () 작품은 시험장 안에서 수미상관이 맞다고 한 번에 단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연과 마지막 연이 기다려야만 한다는 말 빼고는 딱히 내용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없어서, 수미상관에 대한 정확한 공부가 되어있지 않았다면 한 번에 답선지를 골라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1연과 마지막연은 기다려야만 한다는 부분이 대응되어 서로 관계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미상관은 구조에 대한 기법이다. 1연과 마지막 연 모두 화자가 의도적으로 사다리꼴 모양으로 행을 배치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까지 완전히 수미상관을 이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팁 하나 더 가져 가라.

수미상관이 구조의 관계성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미상관으로 인한 효과는 구조적 안정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