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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공부법공부법과 가이드 2023. 8. 30. 06:13
이 글은 오래 전, 내가 강사 일을 은퇴하기 전 커뮤니티에 썼던 글이야.
너희들이 참고해보면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옮겨 적게 됐어.
수능 공부를 막 시작할 때 보면 좋겠네.
<시작 전 드릴 당부>
오늘 어떻게 국어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을 해보고자 합니다. 다만 시작하기 전에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사실 엄청나게 당연한 말인데, 수능 국어는 공부법이 너무너무 다양합니다. 그래서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제 말이 무조건 정답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는 겁니다. 사람마다 공부법이 다르기에 제 말이 100% 정답이라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만약 다른 공부법으로 성공하셨다면, 그것 역시 좋은 공부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소개하는 공부법은 그냥 매년 대치동에서 수많은 학생들을 상담해오고 / 직접 수능을 여러 차례 보면서 어떤 공부법이 가장 100점에 근접할 수 있나.. 라는 제 생각이 담긴 것일 뿐입니다. 제 생각에 반대하시면서 다른 생각을 말씀하셔도, 저는 그 의견도 맞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공부법은 다음과 같은 사례에 기반합니다. 저는 재수때 ‘독해력’ 향상에 집중해서 6,9월에 성공했지만 정작 수능때 미친듯이 떨어서 4등급을 받았습니다. 수능장 안에 들어가니 6,9평때보다 몇 배는 더 떨렸어요. 그.. 복도는 살짝 춥고 화장실은 더 춥고, 반면 교실 안은 히터 때문에 좀 더운 느낌도 들고. 그게 오히려 긴장감을 자극하기도 하고. 그렇게 긴장감이 절 지배하다보니 제 ‘독해력’이 온전히 발휘되지 않았어요. 근데 제길 억울한건 국어만 끝나면 다른 과목은 모의고사 볼 때랑 분위기가 비슷하더라구요, 이건 수능 보던 6번 전부 다 그랬어요. 여튼 .. 삼수때는 어떻게 해야 ‘많이 떨어도 온전히 독해력이 발휘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서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시하는 공부법은 ‘독해력’과 ‘그것을 수능 시험장에서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가 바로 초점입니다. 제 공부법이 다른 분과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의견도 충분히 맞을 수 있습니다. 공부법에 대해서라면 당연히 오픈 도어입니다.
<N수생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내용> - 맞는 공부법이 정해져있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
여러 인강을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재 독해 방법론들은 구조 독해 / 미시 독해(이걸 그읽그풀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등 제법 많습니다. 실제로 저도 뭐가 평가원에서 요구하는 독해인 건지 ‘그분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직접 알아보고자 했는데, 독서 관련 출제 교수님은 저도 한 분밖에 몰라서 뭐가 ‘평가원에서 요구하는 정답인 독해인가’ 직접적으로 여쭤보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그분께서 가끔 특정 기출문제에 대한 출제의도를 언급하시긴 하지만 감히 여쭤보기는 힘들더라구요. 여튼 그래서 .. 수능 출제자로 자주 들어가시는 분이 쓰신 독서교육론 책을 잘 읽어봤습니다.(실제로 국어교육과 사범대 학생들이 전공 서적으로 보는 책입니다) 저자는 이대 국어교육과 교수님이고, 2021수능때도 들어가셨던 분입니다. 뒤져보니 구조 독해나 미시 독해에 대한 내용은 물론이고 .. 반응하기, 생각하며 읽기, 흥미 가지며 읽기 등의 내용까지 다 있더라구요. 결국 시중에 나와있는 방법론들은 거의 다 독서교육론 안에 있는 겁니다. 심지어 제가 그렇게 반대하던 ‘배경지식을 활용해서 읽기’도 독서교육론 안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특정한 방법론을 하나 콕 짚어서 그게 정답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물론 평가원에서 2019학년도부터 출제의 ‘근거’를 제시했는데 .. 막 [12독서02-01] 이런 식으로 돼있는 표가 있습니다. 근데 이건 보시면 아시겠지만 독해의 정답을 찾는 데에 엄청 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결론 : 평가원에서 추구하는 올바른 독해의 방향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고3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내용> - 평가원만 공부하라.
교육과정평가원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신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수능을 출제하는 곳은 바로 ‘교육과정평가원’이지,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마주했던 ‘교육청’이 아닙니다. 교육청 모의고사는 사실 평가원을 흉내내는 아류에 불과합니다. 평가 항목 자체는 같습니다만, 출제 공정이 다른 게 사실입니다. 때로는 특정 문학 개념어에서 아예 범주를 다르게 평가하기도 하고, 평가원이 정답 선지로 안 내는 선지를 교육청이 정답 선지로 내기도 합니다.
여담을 하자면 메인 출제진이 교수냐 / 교사냐가 그걸 갈랐다고 봅니다. 교육청 모의고사의 경우 대다수의 출제위원이 교사고, 심지어는 문제를 공모받기도 합니다. 물론 평가원 모의고사도 교사가 출제위원인 경우가 가끔 있긴 합니다만, 수능은 당연히 교수님들 천지입니다. 가령 2019학년도 9평의 경우에는 교사들이 많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STM’을 소재로 한 기술 지문이 문제는 NO PROBLEM이었지만 지문 자체에 문맥상 비문이 많고, 우리말답지 못한 번역체가 녹아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아마 찾아보시면 기사도 있을 겁니다.
교사의 실력을 비하한다는 게 아니라, 당연히 내공이 높으신 교수님들이 내시는 게 더 좋지 않나라는 얘기입니다. 오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교사를 존경합니다..
하여튼 다시 돌아와서. 평가원과 교육청에는 별거 없는 거 같아 보여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독서의 경우에는 지문의 구성에서 ‘패턴’적인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지문의 내용에서 질적인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교육과정 평가원이 발표한 내용 중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독서의 본질
[12독서01-01] 독서의 목적이나 글의 가치 등을 고려하여 좋은 글을 선택하여 읽는다.
‘좋은 글’을 선택하여 읽는다는게 바로 그 본질인데, 사실 당연히 평가원 글이 제일 좋습니다. 교육청 독서 지문 보면 평가원하고 결이 다른 것도 좀 있어요. 가령 평가원은 ‘파괴한다’라는 말을 잘 안 쓰긴 하거든요. 평가원에서는 고의로 민법만 내고 형법을 안내기도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교육청에서는 낸 적이 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19학년도 4월 모의고사였던 것 같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평가원을 기준으로 당분간은 평가원만 공부해라’입니다. 평가원 글을 읽으며 독해력을 키우기도 하고, 그 안에 있는 패턴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그게 일단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든 문학이든 화작이든 언매든. 그러니까 .. 어떤 기출문제집 보시면 평가원, 교육청 한꺼번에 묶여있더라구요. 그런거 말고, 평가원만 사서 평가원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시는 게 더 맞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고3과 N수생분들이 같이 읽으면 좋을 내용> - 기출분석
이미 N수생분들은 국어공부의 기본이 ‘평가원 기출 분석’인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맞아요. 다만 어떻게 기출분석을 하셔야 할지 모를 겁니다. 기출분석을 1년동안 총 5회 이상은 해야 하는게 맞는데, 일단 1~2회는 ‘독해력’을 키우는 데에 중심을 두고 공부해야 합니다.
먼저 시간을 재고 푼 후 채점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번에는 시간을 재지 말고 다시 풀어보세요. 그러면 본인이 첫 풀이때 ‘어디서 절었는지’, ‘왜 오답 선지를 골랐는지’ 등 자신이 잘못 독해했던 부분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 시간을 아끼지 마세요. 한 지문에 30~1시간을 쏟았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의 실수와 올바른 독해가 어떤 방향인지 깨닫는게 더 중요합니다. 만약 첫 풀이를 하고 채점을 해버렸을 때, 가령 답이 4번인데 내가 3번을 픽했다 – 이 경우 왜 답이 4번인지 끼워맞추려고 해서 사고가 굳어버립니다. 답이 3번이 아닌 이유도 끼워맞춰버리구요. 그래서 실력이 크게 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고3때 풀면 바로 채점을 해버려서 기출문제를 ‘낭비’해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러지 마시고 기출을 소중히 여기시길 바랍니다. 이건 1~2회독에 대한 이야기고,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나머지는 다음에 이어서 써야 겠네요..
추가. 인터넷에 떠도는 출제 관련 정보에는 휘말리지 마시길. 올해도 10월인가 11월인가 .. 논리학 교수가 들어갔다는 말 돌면서 수험생들이 엄청 혼란에 빠졌었습니다. 저도 그 논리학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아는데.. 그분은 원래 ‘장’으로 들어가시는 분이지 출제의 소재를 정할 분이 아닙니다. 출제 관련은 정보를 알아도 어설프게 알면 오히려 고꾸라져요. 당시 수험생들이 콰인포퍼를 내셨던 분이니, 가능세계를 냈던 분이니 하며 혼란스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썼던 글. https://orbi.kr/00032887657 제법 재밌습니다.
그리고 수능에 뭐가 나올지 수업때는 다 이야기 했지만 .. 오르비에 수능 전날에 관련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https://orbi.kr/00033439555 이것도 제법 재밌습니다.
수능에 동양철학이 나올거고 / 기술지문 데이터가 나올거고. 딱 그렇게 지문 두 개만 픽해놨습니다. 법지문이 나올거라는 건 9월부터 얘기해대서 말할 필요가 없어보였습니다.
저도 이 판에서 오래 일을 했고, 정말 많은 출제자들을 만나봤는데, 정보 얻기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정보를 ‘누구한테 들었는데’식으로 파악해서 안다는게 사실 신빙성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이 판에서 오랫동안 교수님들과 부대껴온 저도 간신히 알아내는데.. 여튼 휘말리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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