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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액자식 구성문학 개념어 2023. 12. 25. 16:29
J. 액자식 구성
액자식 구성은 우리가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전부터, ‘구운몽’과 ‘옥루몽’으로 처음 접했을 것이다. 액자식 구성은 ‘액자가 그림을 둘러서 그림을 꾸며주듯, 바깥 이야기(외부 이야기)가 그 속의 이야기(내부 이야기)를 포함하는 기법이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알 테지만, 수능에 액자식 구성이 출제됐을 때 그것을 명확하게 걸러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구운몽‘과 ’옥루몽‘은 몽중몽 구조를 띤다는 점에서 액자식 구조와 합치하지만, 외의 소설에서는 액자식 구성이 그렇게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시를 함께 보자.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14.11A
나는 아버지가 놓고 나간 책을 읽고 있었다. 그것은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이었다. 영희는 온종일 팬지꽃 앞에 앉아 줄 끊어진 기타를 쳤다. ‘최후의 시장’에서 사온 기타였다. 내가 방송통신고교의 강의를 받기 위해 라디오를 사러 갈 때 영희가 따라왔었다. 쓸 만한 라디오가 있었다. 그런데, 영희가 먼지 속에 놓인 기타를 들어 퉁겨 보는 것이었다. 영희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기타를 쳤다. 긴 머리에 반쯤 가려진 옆얼굴이 아주 예뻤다. 영희가 치는 기타 소리는 영희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 나는 먼저 골랐던 라디오를 살 수 없었다. 좀 더 싼 것으로 바꾸면서 영희가 든 기타를 가리켰다. 그 라디오가 고장이 나고 기타는 줄이 하나 끊어졌다. 줄 끊어진 기타를 영희는 쳤다. 나는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을 아버지는 개천 건너 주택가에 사는 젊은이에게서 빌렸다. 그의 이름은 지섭이었다. 지섭은 밝고 깨끗한 주택가 삼층집에서 살았다. 지섭은 그 집 가정교사였다. 아버지와 그는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 지섭이 하는 말을 나는 들었었다. 그는 이 땅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이제 없다고 말했다.
“왜?”
아버지가 물었다.
지섭은 말했다.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만 사는 땅은 죽은 땅입니다.”
“하긴!”
“아저씨는 평생 동안 아무 일도 안 하셨습니까?”
“일을 안 하다니? 일을 했지. 열심히 일했어. 우리 식구 모두가 열심히 일했네.”
“그럼 무슨 나쁜 짓을 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법을 어긴 적 없으세요?”
“없어.”
“그렇다면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어요.”
“기도도 올렸지.”
“그런데,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된 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 이제 이 죽은 땅을 떠나야 됩니다.”
“떠나다니? 어디로?”
“달나라로!”
“얘들아!”
어머니의 불안한 음성이 높아졌다. 나는 책장을 덮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영호와 영희는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나는 방죽가로 나가 곧장 하늘을 쳐다보았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맨 꼭대기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바로 한 걸음 정도 앞에 달이 걸려 있었다.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Q.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액자 구조를 통해 상이한 이야기가 갖는 유사한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O X 해설 놀랍게도 답은 X다. 밑줄 친 부분은 지섭과 아버지의 대화에 대한 회상이고, 이가 끝나자 어머니의 불안한 음성과 함께 현재로 돌아온다. 많은 학생들이 ‘현재 -> 과거 -> 현재’ 라는 점에서 액자식 구성으로 착각해서 이 문제를 틀렸다.
생각해보면 액자는 액자 프레임보다 안에 있는 그림이 훨씬 더 크다. 액자식 구성 자체가 핵심이 ‘내화’에 있다는 거다. 그래서 구운몽도 현세의 ‘성진’보다 꿈 속의 ‘양소유’비중이 훨씬 더 커서 액자식 구성이 됐던 거다. 즉, 내화 비중이 외회보다 훨씬 커야 액자식 구성이 성립한다.
반면 위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수록 지문은, 내화라고 할 만한 부분이 지나치게 양이 적다. 따라서 이건 액자 구조라고 할 수 없다.하지만 이렇게 놓고 보면, 수능에 ‘액자식 구조’가 답이 될 수 있는 경우가 있긴 한 건가 싶다. 수록 지문 자체가 워낙 길지 않으니, 액자식 구조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평가원이 ‘액자식 구조’를 답으로 줄 때, ‘앞부분의 줄거리’나 ‘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 지점에서, 14학년도 수능의 ‘옥루몽’에서 평가원이 <보기>를 적극 활용했다. 참고해라.
해설 이번에는 시간의 흐름이 드러난 경우를 살펴보자. [A]의 중장에서 ‘오뉴월이 언제 가고 칠월이 반이로다’라는 구절을 찾을 수 있는데, 이때 시간이 흘러 5,6월이 가고 7월 중순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평가원은 시간의 흐름을 정답선지로 하여 판단하게 할 때, 확실한 근거를 찾을 수 있게끔 한다. 답은 O. '문학 개념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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